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또는 좁은 통로에서 차를 빼다가 옆 차를 긁는 사고는 흔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도로 위 사고와 달리 신호도 없고 중앙선도 없다 보니 “누가 더 잘못한 거냐"를 두고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 쉽습니다. 손해보험협회가 정한 과실비율 기준을 상황별로 정리했습니다.
출차하다 부딪히면 기본은 70대 30입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주차구역에서 빠져나오던 차와 통로를 지나가던 차가 부딪히는 경우입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가 정한 기본 과실비율은 출차하는 차 70, 통로를 지나가던 차 30입니다. 주차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차가 수시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서로 예상해야 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출차하는 쪽의 주의 의무를 더 무겁게 보는 겁니다.
이 비율은 상황에 따라 움직입니다. 통로차가 서행하지 않았거나 역주행 방향으로 왔다면 통로차 과실이 10퍼센트포인트씩 더 붙고, 통로에서 후진까지 했다면 여기에 10퍼센트포인트가 더해집니다. 반대로 출차차가 후진으로 나왔다면 출차차 과실이 늘어납니다. 같은 도표 안에서도 가감요소 표는 10퍼센트포인트, 해설은 5퍼센트로 적고 있어 실제 적용값은 사안에 따라 갈립니다. 차체 앞부분을 통로에 살짝 내놓고 대기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출차차 과실이 10퍼센트포인트 줄어듭니다. 두 차 모두에 여러 요소가 겹치면 최종 비율은 90대 10 가까이까지도 벌어집니다.
여기 적은 숫자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입니다. 같은 도표에도 진출 차량 과실을 100퍼센트로 본 판결과 통로 차량에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통로에서 서로 마주치면 정해진 도표가 없습니다
차선 표시 없는 통로에서 양쪽에서 오던 차끼리 부딪히는 사고는 사정이 다릅니다. 과실비율 인정기준의 주차장 사고 항목에는 통로 주행 대 출차(차51-1)와 주차구획 선행진입 대 통로 진행 추월(차51-2) 두 가지만 실려 있고, 통로 교행에 해당하는 도표는 없습니다. 정해진 기본값이 없다는 뜻이라 사고 정황에 따라 개별로 정해집니다.
실무에서는 통로 폭, 진입 시점의 선후, 서행 여부, 경적이나 전조등으로 존재를 알렸는지 같은 요소를 놓고 보험사끼리 협의합니다. 인터넷에 도는 50대 50 같은 숫자를 기준으로 알고 협의에 들어가면 불리할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로 누가 먼저 통로에 들어섰고 누가 속도를 줄였는지를 남겨두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문 열다가 지나가던 차를 치면 문 연 쪽이 80입니다
세워둔 차의 문을 열다가 옆을 지나가던 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개문사고라고 합니다. 인정기준 차52-1은 도로나 갓길에 주정차한 차가 문을 열어 뒤에서 오던 차와 충돌한 상황을 다루고, 기본 비율은 문을 연 쪽 80, 지나가던 차 20입니다. 문을 열기 전에 뒤쪽을 확인할 의무가 문을 여는 쪽에 있다고 보는 겁니다.
주차장 안에서 벌어진 개문사고에는 이 도표를 그대로 쓰기보다 준용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흔히 문콕이라 부르는 사고, 즉 옆에 이미 세워져 있는 차를 문으로 찍는 경우는 여기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쪽은 상대 차가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문을 연 쪽 일방과실로 봅니다.
벌점은 안 붙어도 형사책임은 남습니다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흔히 “주차장 사고는 처벌을 안 받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안 되는 것은 벌점과 면허 정지·취소입니다. 면허 행정처분의 근거인 도로교통법 제93조가 도로 밖까지 포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형사책임은 다릅니다. 음주운전 금지를 정한 제44조는 ‘도로 외의 곳’에서도 적용되므로 주차장에서 차를 조금 움직여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 후 조치 의무도 마찬가지고, 사람이 다친 사고라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른 형사책임이 따로 생깁니다.
주차장이 항상 도로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처럼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은 판례가 도로로 본 사례도 있습니다.
민사는 별개로 그대로 남습니다. 위에서 본 과실비율만큼 서로 수리비를 나눠 부담하게 됩니다.
수리비가 크지 않은 접촉사고라면 보험처리를 할지 자비로 처리할지부터 고민이 됩니다.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을 넘는 사고는 보험료가 오르는 반면, 소액이라도 3년 안에 두 번 넘게 보험처리를 하면 할증이 붙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접촉사고 자비처리 할까 보험처리 할까 글과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 계산기로 미리 가늠해보시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과실비율에 동의가 안 되면 이렇게 확인하세요
현장에서 상대방과 과실비율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 감정만 상하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정보포털에서 내 사고 상황과 비슷한 사례를 검색해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개편으로 사고 상황을 평소 말투로 입력하면 챗봇이 맞는 과실도표를 찾아주는 기능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보험사 간 협의가 안 되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면 과실비율이 뒤집히는 경우도 많으니, 사고 직후에는 무엇보다 영상부터 확보해두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