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아파트 앞 도로에 겨우 빈자리를 찾아 세워뒀는데 다음 날 아침 다른 차가 그 앞을 완전히 막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면 당장 끌고 가 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신고와 견인은 다른 절차이고 요건도 다릅니다.
신고하면 견인이 아니라 과태료로 끝나는 이유
안전신문고 앱으로 하는 불법주정차 신고는 애초에 견인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같은 위치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위반 차량 사진 두 장을 찍어 올리면, 담당 공무원이 사진만으로 위반 사실을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촬영 간격과 신고 가능 시간대, 대상 구역은 지자체 운영지침으로 정해져 서로 다릅니다. 흔히 1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할 지자체 기준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현장에 사람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고 그래서 처리 속도가 빠른 대신 차량을 옮기는 조치까지는 따라오지 않습니다.
지난번 소화전·횡단보도 등 6대 즉시신고 구역 글에서 다룬 것처럼,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위반 사실을 증거로 남기는” 용도입니다. 내 차 앞을 막은 차를 지금 당장 치우고 싶다면 신고가 아니라 별도의 견인 요청이 필요합니다.
진짜 견인이 되는 경우
도로교통법 제35조는 주차 위반 차량이 교통에 위험을 일으키거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을 때, 경찰공무원 또는 시장등이 임명하는 공무원이 운전자나 관리 책임자에게 이동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시장등에는 특별시장과 구청장도 들어갑니다. 운전자가 그 자리에 없으면 경찰서장이나 시장등이 차를 옮기거나 견인할 수 있습니다. 이동을 명하는 주체와 실제로 옮기는 주체가 조문상 다릅니다.
즉 단순히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통행을 실제로 막고 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골목길 전체를 가로막았거나 소방차·구급차 진입로를 막은 경우처럼 방해가 뚜렷할수록 견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견인 요청은 어디로 하나요
도로에서 통행 자체가 막혀 있다면 관할 구청 교통과나 지역 다산콜센터(서울은 국번 없이 120)로 전화해 상황을 알리는 편이 안전신문고 신고보다 빠릅니다. 이륜차가 문제라면 단속 권한이 경찰에 있으므로 국번 없이 182로 전화하면 됩니다. 다만 전화한다고 무조건 견인차가 오는 건 아니고 현장에 나온 공무원이 실제로 통행을 방해하는지 다시 판단합니다. 단순히 불편한 수준이라면 과태료 신고로 처리되고 견인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파트 주차장 같은 사유지는 규정이 다릅니다
도로교통법 제35조는 ‘도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아파트 단지나 상가 주차장처럼 사유지에서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서 구청이나 경찰에 신고해도 “사유지라 도와드리기 어렵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관리사무소에 먼저 알리고 경고문을 붙이는 정도가 현실적인 첫 단계입니다. 강제로 차를 옮기려면 단지와 계약된 사설 견인업체를 통해야 합니다. 임의로 차를 밀거나 손을 대면 오히려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견인 비용은 위반한 사람이 냅니다
견인·보관·공고에 들어간 비용은 도로교통법 제35조에 따라 위반 차량의 사용자가 전액 부담합니다. 신고한 사람이나 통행을 방해받은 쪽이 비용을 내는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구체적인 견인료와 하루당 보관료는 국가가 일괄로 정한 금액이 아니라 지자체 조례로 정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다릅니다. 정확한 금액은 관할 구청 교통과나 견인 보관소에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내 차가 견인됐다면
거꾸로 내 차가 견인 대상이 됐다면 절차는 이렇습니다. 견인하기 전에 차량에 과태료부과대상차표지가 붙습니다. 과태료나 범칙금 부과 대상이고 견인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입니다. 차를 옮긴 뒤에는 어디로 옮겼는지를 따로 알립니다. 24시간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면 등기우편으로 인수 통지가 갑니다. 소유자나 운전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견인한 날부터 14일 동안 해당 기관 게시판에 공고합니다. 14일 뒤에 공고하는 것이 아니라 견인일부터 14일 동안이고, 게시하는 곳도 경찰서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지자체가 견인했으면 그 지자체 게시판입니다. 1개월 안에 반환을 요구하지 않으면 매각하거나 폐차할 수 있습니다. 차를 찾으려면 견인·보관 비용과 과태료(또는 범칙금)를 모두 낸 뒤 인수증을 받아야 합니다.
내 차가 안 보인다고 당황하기보다는, 세워둔 자리 주변에 표지가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관할 구청 교통과나 지역 견인 보관소에서 차량번호로 조회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