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가 나서 상대방 보험사에 연락했는데, 알고 보니 책임보험만 들어 있고 대인배상Ⅱ는 빠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신호를 무시하고 부딪힌 차가 그대로 도망가 버려 번호판조차 못 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치료비와 합의금을 누구에게 받아야 하나 막막해지는데, 답은 의외로 내가 가입한 자동차보험 안에 있습니다. 바로 무보험차상해 특약입니다.
무보험차상해 특약이 커버하는 상황
무보험차상해는 이름 그대로 상대 차량이 무보험이거나 뺑소니일 때 내 보험사로부터 먼저 보상받는 특약입니다. 삼성화재 개인용애니카자동차보험 약관 제17조는 무보험자동차를 네 가지로 정의합니다. 대인배상Ⅱ나 공제계약이 아예 없는 차, 대인배상Ⅱ나 공제계약에서 보상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차, 가입은 했지만 보상한도가 이 특약의 가입금액보다 낮은 차, 그리고 사고를 낸 자동차가 밝혀지지 않은 뺑소니 차량입니다.
두 번째가 특히 놓치기 쉽습니다. 상대가 대인배상Ⅱ에 가입했더라도 무면허 운전이나 고의 사고처럼 그 담보가 면책되는 사유라면 무보험자동차로 봅니다. “상대가 보험은 들었다"는 말만 듣고 청구를 포기하지 마시고 면책 사유에 걸리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운전 중 사고를 당한 경우뿐 아니라 보행 중 사고를 당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다만 전동킥보드나 전동스쿠터 같은 개인형이동장치가 얽힌 사고는 계산법이 따로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은 되는데 그 개인형이동장치에 보험이 없는 경우라면 대인배상Ⅰ 한도 안에서만 보상되고, 뺑소니처럼 상대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는 이 특약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킥보드 사고가 늘어난 만큼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니 상대가 개인형이동장치라면 가입한 보험사에 따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피보험자 범위도 넓게 잡혀 있습니다. 기명피보험자와 배우자는 차에 타고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적용되고 그 부모와 자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차를 타거나 운전하던 사람도 포함됩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 본인의 부모, 배우자, 자녀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상하지 않습니다. 집안 식구끼리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항입니다.

보장금액은 2억원 또는 5억원, 10억원은 표준이 아닙니다
먼저 받기 전에 알아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면 약관 제34조에 따라 그 금액만큼 가해자에 대한 내 권리를 보험사가 가져갑니다. 그리고 나는 그 권리를 지키는 데 협조할 의무를 집니다. 보험금을 받은 뒤 가해자와 따로 합의하거나 청구를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이미 가해자에게서 받은 돈이 있으면 그만큼은 보험금에서 빠집니다.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입금액은 피보험자 1인당 보험증권에 적힌 금액을 한도로 합니다. 약관 제20조는 보험증권에 적힌 가입금액을 한도로 한다고만 정하고, 실제 금액은 같은 문서의 상품안내에 1인당 2억원 또는 5억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인터넷에 10억원짜리 무보험차상해를 봤다는 글이 종종 보이는데, 확인해 보면 대인배상Ⅱ나 자동차상해 특약처럼 다른 담보의 가입금액과 혼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표준적인 무보험차상해 가입금액은 2억원과 5억원 두 단계이고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정확한 숫자는 본인 보험증권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특약에 새로 가입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또는 자동차상해 특약)를 모두 가입한 상태여야 추가로 넣을 수 있습니다. 종합보험에 이미 가입했다면 대부분 이 조건을 충족하니, 다이렉트 보험 갱신 견적을 받을 때 이 특약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갱신 시기에 놓치기 쉬운 특약 점검은 자동차보험 갱신 전 비교 견적 받는 법에서도 다뤘습니다.
지급 방식은 ‘합의금’이 아니라 정해진 지급기준
무보험차상해로 받는 돈을 흔히 합의금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보험사와 협상해서 정하는 금액이 아닙니다. 삼성화재 약관 제20조는 지급보험금을 “보험금지급기준에 의해 산출한 금액과 비용을 합한 액수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여기서 공제액은 대인배상Ⅰ(정부보장사업 포함)이나 상대방의 대인배상Ⅱ에서 이미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대인배상Ⅰ을 초과하는 손해만 이 특약에서 채워주는 구조입니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청구 시점입니다. 대인배상Ⅰ·Ⅱ는 재판이 확정되거나 재판상 화해, 서면 합의로 손해배상액이 정해져야 청구할 수 있다고 약관 제25조에 나와 있습니다. 반면 무보험차상해는 “사고로 죽거나 다친 때” 바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별도로 규정돼 있습니다. 상대방이 도망갔거나 보험이 없어서 언제 합의가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치료비와 휴업손해를 먼저 받아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인배상과 헷갈리지 않아야 할 부분
무보험차상해와 대인배상은 보는 대상 자체가 다릅니다. 대인배상은 내가 남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내 책임을 대신 물어주는 담보이고 무보험차상해는 반대로 내가 피해자일 때 내 보험사가 먼저 나서주는 담보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대인배상Ⅱ를 이 특약의 가입금액 이상으로 들어 두었다면 애초에 무보험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이 특약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약관 제17조 제3호가 그 기준입니다. 또 제20조는 배상의무자에게서 이미 받은 손해배상액을 보험금에서 빼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러 대 가입해도 두 배로는 안 나옵니다
가족 명의로 차가 두세 대 있으면 무보험차상해도 각 차량 보험에 중복으로 들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약관 제33조는 이런 경우를 비례보상으로 처리하도록 정해 놓았는데, 손해액이 한 계약의 가입금액을 넘지 않는다면 실제 받는 총액은 고정되고 보험사끼리 가입금액 비율만큼 나눠 부담합니다.
| 구분 | 무보험차상해 특약 | 정부보장사업 |
|---|---|---|
| 성격 | 내가 선택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특약 |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최소 보장 제도 |
| 가입 조건 | 대인배상Ⅰ·Ⅱ,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를 모두 가입해야 추가 가입 가능 | 보유자 불명 차량 사고, 의무보험 미가입 차량 사고 등 법이 정한 경우에만 |
| 보장금액 | 1인당 2억원 또는 5억원(보험사·상품마다 다를 수 있음) | 사망 최고 1억5천만원, 부상 최고 3천만원, 후유장애 최고 1억5천만원 |
| 청구 시점 | 손해배상액 확정 전에도 청구 가능 | 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 |
출처: 삼성화재 개인용애니카자동차보험 약관 제17~20조·제25조·제33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0조·제39조·제4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특약 자체를 가입하지 않았거나, 애초에 종합보험이 아니라 책임보험만 들어서 특약을 추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이 표의 오른쪽 칸, 정부보장사업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신청 요건과 서류는 뺑소니·무보험차 사고 보상, 정부보장사업으로 받는 법에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확인하시면 됩니다.
특약료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보험사와 차량 조건마다 달라 여기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이렉트 보험 견적 화면에서 이 특약을 넣고 뺐을 때 보험료가 얼마나 바뀌는지 비교해 보면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큰 부담 없이 추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증권을 열어 가입 여부부터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