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전기차를 알아보실 때 판매자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보여주면 한번쯤 훑어보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기록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엔진 차량용으로 만들어진 서식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입니다.
기록부에 적힌 건 안전 항목 3가지뿐입니다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는 원동기, 변속기, 조향장치 등 69개 항목을 확인하는 서류입니다. 전기차라고 특별히 더 봐주는 항목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충전구 절연상태, 구동축전지 격리상태, 고전원 전기배선상태 이렇게 세 가지 안전 점검 항목만 추가돼 있습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보도에 따르면 SOH(State of Health, 배터리 상태), 곧 배터리가 새것 대비 몇 퍼센트나 남았는지는 자동차관리법상 기록부에 적을 의무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서류에 특별한 이상 표시가 없다고 해서 배터리가 건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감전이나 화재로 이어질 만한 결함은 없다는 것까지만 확인해 주는 서류입니다.
판매 플랫폼마다 SOH를 알려주는 정도가 다릅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판매 채널별로 SOH 공개 수준에 꽤 차이가 납니다.
- KB차차차는 일부 매물 설명란에 SOH를 표시합니다.
- 엔카, 케이카는 SOH 정보를 따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 현대·기아 인증중고차는 자체 진단 기준으로 차량을 선별하지만 그 기준과 수치는 비공개입니다.
제조사마다 SOH를 재는 기준과 알고리즘이 달라 표준화된 정책이 아직 없다는 게 업계가 대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어느 플랫폼에서 사느냐에 따라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는 상황입니다.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
기록부와 판매 플랫폼 설명만으로 부족하다면 다음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제조사 서비스센터나 공식 딜러에게 진단기로 SOH 조회를 요청합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계약 전에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KB차차차에서 산다면 매물 설명에 SOH가 적혀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딜러가 구두로 알려준 SOH 수치는 문자나 계약서에 남겨두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실제 상태가 달랐을 때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 완속·급속 충전을 번갈아 자주 했는지, 관리 이력을 물어봅니다. 급속 충전 위주로 탄 차는 같은 연식·주행거리라도 배터리 노화가 더 빠른 경향이 있습니다.
배터리 보증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배터리 자체를 점검하는 것과 별개로, 남은 보증기간도 확인할 대목입니다. 현대자동차 공식 안내에 따르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고전압 배터리 보증은 10년 또는 16만km이고, 아이오닉6는 특별보증으로 10년 또는 20만km까지 적용됩니다. 기아 공식 안내를 봐도 EV6, EV9 등 최근 모델은 10년에 16만~20만km 수준으로 비슷합니다.
| 제조사·모델 | 배터리 보증 |
|---|---|
|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 10년 또는 16만km |
| 현대 아이오닉6 (특별보증) | 10년 또는 20만km |
| 기아 EV6·EV9 등 | 10년, 16만~20만km (최초구매자는 상한 적용) |
이 보증은 대체로 차량에 딸려 있어서 중간에 소유자가 바뀌어도 남은 기간만큼은 이어집니다. 다만 최초 구매자에게만 더 긴 거리를 보장하는 모델도 있어 중고로 살 때는 승계 조건과 남은 기간을 딜러나 제조사 고객센터에 직접 확인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보증서에는 배터리 용량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무상 수리·교체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함께 적혀 있는데, 그 기준 수치는 제조사·모델마다 달라서 보증서 원문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정부도 이 틈을 메우려는 중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신차를 살 때 배터리 제조사, 생산국 같은 정보를 더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앞으로 팔릴 신차를 겨냥한 것이라 지금 이미 도로 위에 있는 중고 전기차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확정 여부와 시행 시기는 국토교통부 공식 발표로 다시 확인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 중고 전기차를 사려는 분이라면 제도가 잘 정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기록부의 한계를 인지하고 딜러에게 SOH 조회를 직접 요청하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중고차 이전등록 체크리스트와 함께 배터리 상태까지 챙기면 계약 후에 후회할 일이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