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태풍의 달이다. 보험개발원 집계로는 차량 침수 사고의 95.6%가 7~10월에 몰려 있다. 태풍이 올라오기 전에 확인할 것은 딱 하나, 내 보험증권에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약’이 있는지다.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에 가입했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 특약이 빠져 있으면 침수 피해를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자차 가입했는데 왜 못 받는 경우가 생길까

침수는 상대방이 없는 ‘단독사고’다. 그런데 2015년 무렵부터 여러 보험사가 단독사고 보장을 자차 담보에서 분리해 특약으로 팔기 시작했다. 보험료를 아끼려고 특약을 뺀 채 자차만 가입한 계약이라면, 물에 잠긴 차 앞에서 보상을 못 받는 상황이 생긴다.

확인 방법은 간단하다. 보험증권이나 보험사 앱에서 ‘차량단독사고 손해보상 특별약관’이 포함돼 있는지 보면 된다. 손해보험협회 안내에 따르면 이 특약은 가입일 자정부터 효력이 생긴다. 태풍 예보를 보고 그날 부랴부랴 가입해도 당일 침수는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미리 챙겨야 하는 이유다.

보상되는 침수, 안 되는 침수

같은 침수라도 상황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DB손해보험 보상가이드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상황보상 여부
정상 주차 중 불어난 물에 잠김보상
운행 중 갑자기 차 안으로 물이 유입보상
태풍으로 날아온 물건에 차가 파손보상
문·창문·선루프를 열어둔 채 빗물 유입보상 제외
차 안에 둔 노트북·골프채 등 물품보상 제외
통제 구역에 진입했거나 침수 위험을 알고도 운행제한되거나 할증

창문 항목이 특히 뼈아프다. 주차하면서 환기하려고 창문을 손가락 하나만큼 열어두는 습관이 있다면, 태풍 예보가 있는 날만큼은 끝까지 닫아두자. 차 안 물품은 자동차보험이 아예 다루지 않으니 애초에 트렁크째 비우는 편이 낫다.

비 오는 날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물

보험 처리하면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까

무서워서 자비로 수리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태풍·홍수 같은 자연재해 침수는 운전자 과실이 없으면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 대신 무사고 할인이 1년 미뤄진다. 사고가 없었다면 다음 갱신 때 받았을 할인 등급이 한 해 늦게 적용되는 정도다.

단, 이미 물이 차오른 도로에 스스로 들어갔다가 잠긴 경우는 다르다.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액에 따라 할증될 수 있다.

침수된 순간의 행동도 보상에 영향을 준다. 물에 잠겼던 차는 절대 시동을 걸면 안 된다. 엔진으로 물이 빨려 들어가 손상이 커지고 보상 다툼의 원인이 된다. 잠긴 위치와 수위가 보이게 사진을 찍어두고 보험사에 바로 사고 접수를 하는 것까지가 운전자의 몫이다.

전손 처리됐다면 취득세 감면을 챙기자

수리비가 차값을 넘어 전손 처리되면 보험금을 받고 차를 폐차한다. 여기서 끝내면 세금 하나를 놓친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92조는 천재지변으로 멸실·파손된 차를 대체해 새 차를 살 때 취득세를 면제해 준다.

조건은 두 가지다. 피해일부터 2년 이내에 대체 차량을 사야 하고, 면제는 폐차한 차의 신차 구입가액 범위까지만이다. 그 가격을 넘는 차를 사면 초과분에만 취득세가 붙는다. 예를 들어 3,000만원에 샀던 차가 전손되고 같은 3,000만원짜리 새 차를 산다면 취득세(승용차 7%) 210만원이 통째로 면제된다. 신청할 때는 보험사가 발급하는 자동차 전부손해증명서, 자차 미가입 차량이라면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사실확인서나 폐차증명서가 필요하다. 차량등록사업소에 감면 신청을 하면 되고 이미 냈다면 환급 신청도 된다.

참고로 전손 침수차는 30일 안에 폐차를 요청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과 중고차 시장에 풀린 침수차를 가려내는 요령은 침수차 구별법 글에 정리해 뒀다.

특약 구성과 보상 기준은 보험사·계약마다 조금씩 다르다. 태풍 소식이 들리기 전에 내 증권을 열어 단독사고 특약 여부를 확인하고 애매한 부분은 가입한 보험사 콜센터나 금융감독원 파인에서 짚고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