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폭우가 끝나고 중고차 수요가 살아나는 가을. 침수차가 말끔히 세차와 소독을 마치고 매물로 나오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고차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딱 두 가지만 하면 된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에서 차량번호를 넣어 침수 이력을 무료로 조회하고, 차를 직접 보러 가서 아래 여섯 군데를 확인하는 것. 조회는 30초면 끝난다.
침수차가 왜 위험한가
침수차는 겉만 보면 멀쩡하다. 문제는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다. 물에 잠겼던 전기 배선과 전자제어장치는 당장은 작동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이 진행되고 주행 중 시동 꺼짐 같은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규모도 작지 않다. 보험개발원이 2025년 8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침수 사고는 36,214건이다. 이 중 95.6%가 7~10월에 몰려 있다. 그래서 여름이 지난 직후 중고차 시장에서는 유독 조심해야 한다.
1단계: 카히스토리 무료 조회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홈페이지에서 ‘무료 침수차량 조회’ 메뉴에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입력하면 침수 사고 여부와 사고 날짜가 바로 나온다. 사고이력 조회는 유료지만 침수 조회만큼은 무료다. 매물 사이트에 차량번호가 공개돼 있다면 방문 전에 미리 돌려볼 수 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 하나. 카히스토리에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 침수차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이 기록은 보험사가 처리한 사고만 담기 때문에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 없이 자비로 수리한 차는 조회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회는 1차 필터일 뿐이고 현장 점검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전손 침수차는 폐차가 의무인데, 왜 시장에 나올까
자동차관리법 제26조의2는 수리비가 차값을 넘어 ‘전손’ 처리된 침수차를 폐차하도록 정한다. 소유자가 전손 결정을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폐차를 요청해야 한다.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다.
그런데 침수 피해가 차값보다 적게 나온 ‘분손’ 차량은 수리 후 합법적으로 거래된다. 매매업자를 통해 살 때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침수 여부가 기재되지만 개인 간 직거래나 애초에 보험 기록이 없는 차는 이런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시세보다 눈에 띄게 싼 매물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2단계: 현장에서 확인할 여섯 군데
국토교통부가 정책브리핑 기고로 안내한 요령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침수차는 아무리 손질해도 물이 닿았던 흔적을 구석까지 지우기 어렵다.
| 점검 부위 | 확인 방법 |
|---|---|
| 안전벨트 | 끝까지 당겨 진흙·물때 확인. 벨트 4개가 전부 새것이어도 교체를 의심 |
| 퓨즈박스 | 보닛 안 퓨즈박스(정션박스)에 이물질·부식이 있는지 확인 |
| 엔진룸 틈새 | 손이 잘 안 닿는 틈새에 흙이 남아 있는지 살피기 |
| 실내 냄새 | 문을 열자마자, 그리고 에어컨·히터를 켰을 때 곰팡내나 습한 냄새 확인 |
| 트렁크·고무 패킹 | 트렁크 바닥과 문틀 고무 패킹을 들춰 진흙 자국 확인 |
| 등화류 | 헤드램프·후미등 안쪽의 물자국이나 흙 흔적 확인. 침수 높이를 가늠할 수 있다 |
볼트를 푼 흔적이 유난히 많거나 연식에 비해 내장재가 지나치게 새것인 차도 의심 대상이다. 어딘가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한 줄 넣어두면 든든하다
점검을 다 해도 불안이 남는다면 계약서에 “추후 침수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을 해제하고 전액 환불한다"는 특약을 명시하는 방법이 있다. 구두 약속은 나중에 다투기 어렵고 계약서에 적힌 문구라야 힘이 생긴다. 판매자가 이 문구를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신호다.
침수 이력 조회 기준과 서비스 범위는 바뀔 수 있으니 계약 전에 카히스토리 공식 안내에서 최신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진행하자.
